똑같이 나눌까, 어려운 노인 더 줄까… 기초연금 개편 논의의 핵심
기초연금은 지금처럼 일정한 기준 안에 들어오는 노인에게 비슷하게 지급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생활이 훨씬 어려운 노인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것이 좋을까요?
최근 바로 이 문제를 놓고 기초연금 지급 방식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핵심은 기초연금을 무조건 늘리거나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정된 재원을 활용한다면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노인에게 지원을 집중하고,
기초연금뿐 아니라 일자리와 근로장려금, 의료·돌봄 등을 함께 연결하는 것이
노후 빈곤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제안입니다.
지금 기초연금 지급 방식에서 제기된 문제
현재 기초연금은 소득인정액 등을 기준으로 선정된 노인에게 지급됩니다.
그런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은 노인마다 경제적 상황이 크게 다른데도 현재 제도에서는 빈곤 정도에 따른 기초연금 지원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생활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노인과 일정한 소득이나 자산을 가진 노인을 같은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연구진이 제시한 대안은 ‘하후상박’ 방식의 기초연금입니다.
말 그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지원을 더 두텁게 하고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계층은 다른 노후소득 수단을 함께 활용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월 17만7천원이 중요한 이유
이번 연구에서 눈여겨볼 숫자가 있습니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35.9%였습니다. 특히 연구진은 중위소득 40~50% 미만에 해당하는 노인 9.8%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당시 연구에서 적용한 빈곤 기준선인 월 163만9천원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계층이 아니었습니다.
빈곤선을 넘기 위해 부족한 금액의 중간값이 월 17만7천원으로 분석됐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수십만원의 추가 소득만 확보해도 빈곤선 밖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노인이 적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연구진이 기초연금을 모든 대상자에게 비슷하게 지급하는 것보다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을 달리하는 방안을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려운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준다면?
연구진이 제안한 방향은 기초연금 하나만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노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여러 제도를 함께 묶는 방식입니다.
당장 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공익형 노인 일자리를 연결하고,
조금만 소득이 늘어나면 빈곤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층에는 기초연금과 근로장려금, 노인 일자리를 함께 지원하는 방안입니다.
예를 들어 연구에서는 개편된 기초연금 35만원과 공익형 일자리 월 29만원, 근로장려금을 결합하는 사례도 제시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언급된 기초연금 35만원이 확정된 새로운 지급액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떤 제도들을 결합할 수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연구에서 제시한 정책 사례입니다.
일하면 오히려 지원금이 줄어드는 문제
또 하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이 공익형 일자리 등에 참여해 돈을 벌더라도 소득이 증가한 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노인 입장에서는 일을 했는데 실제 가계소득 증가 효과가 생각보다 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노인이 일을 통해 얻은 소득을 생계급여 계산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공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결국 기초연금만 올려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근로장려금, 노인 일자리가 서로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노후소득 안전망처럼 연결돼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집 한 채 있는 노인은 어떻게 될까?
반대로 일정한 소득이나 자산을 보유한 노인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이 제시됐습니다.
우리나라 고령층 가운데는 현금소득은 많지 않지만 오랫동안 거주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계층까지 공적 지원을 계속 확대하기보다는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을 활용해 노후소득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주택연금은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 보유주택을 활용해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금소득이 부족한 고령층이 검토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결국 향후 기초연금 논의에서는 단순히 연령만 볼 것이 아니라 소득과 자산, 다른 연금소득까지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기초연금 개편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번 내용은 정부가 기초연금 지급 방식을 이렇게 바꾸겠다고 확정 발표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이 2026년 9월 발표한 연구에서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현재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당장 지급액이 줄어들거나 늘어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다만 앞으로 기초연금 개편 논의가 진행된다면 중요한 쟁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모든 수급자에게 비슷하게 지급할 것인가, 아니면 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집중할 것인가.
여기에 일자리와 근로장려금, 국민연금, 주택연금, 의료와 돌봄까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소득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할 경우 대상자 간 형평성 문제나 제도의 복잡성, 청장년층의 재정 부담 등 함께 검토해야 할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초연금을 더 준다, 덜 준다”가 아닐 것입니다.
노후에 실제로 부족한 소득이 얼마인지 살펴보고, 그 부족분을 어떤 제도를 통해 보완할 것인지까지 함께 설계하는 것이 기초연금 개편 논의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기초연금 관련 체크리스트
기초연금 개편 관련 소식을 볼 때는 다음 사항부터 구분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정부가 공식 발표한 내용인지, 연구기관의 정책 제안인지 확인하기
- 기초연금 선정기준과 본인의 소득인정액 확인하기
- 국민연금 등 다른 연금소득 함께 확인하기
- 기초생활보장이나 근로장려금 대상 여부 확인하기
- 노인 일자리 참여 시 다른 급여에 미치는 영향 확인하기
- 주택 보유자라면 주택연금 활용 가능성도 함께 살펴보기
무엇보다 기초연금 관련 보도에서 ‘검토·제안’과 ‘확정·시행’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초연금을 지금처럼 대상자에게 비슷하게 지급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소득과 생활 형편에 따라 어려운 노인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방식이 좋을까요?
각자의 입장에서 어떤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남겨주세요.
자료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 빈곤 개선을 위한 정책 연계 방안」, 보건복지포럼 2026년 9월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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